Monday, April 23, 2012

빙점과 길은 여기에

헌책방에서 500원 주고 산 빙점(상)을 다읽고나서
(하)권을 팔지 않아서 상권마지막 난파된 배에서 
게이조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수없는 상태로 5년넘게 있다가
드디어 최근에 상, 하권 합본을 구입해 읽었습니다.


소설보다는 수기나 에세이만 읽는편인데
그래도 일본소설은 한 서너 작가의 작품을 본것 같네요.
냉랭하면서 현실적이라서인지
몇개 않되는중에 그래도 꼽자면 미우라 아야꼬의 이야기가
제일 흥미로왔습니다.


근데 빙점을 사러간 책방에서 옆에 꽂혀있던
길은 여기에라는 책이 눈에 띄었네요.
두권을 골라서 한참 살까말까 뒤적거리다가 사들고와서는
5년동안 묵혀두었던 게이조의 생사도 확인하지않은채
길은여기에를 사온그날밤에 다 읽었지요.


예전에 장미의 이름도 두꺼운 하권을 하루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뭔가 오기로 해치워야겠다 생각했다면
이건 정말 재미있어서 읽었던것 같습니다.


처음은 좀 지루한것이 교사였던 미우라 아야꼬 자신의 이야기가
마치 겉으로 평온하고 단조로와보이는
일본사람의 모습 같아서 그냥 덮을까도 했지요.


그리고나서 유행처럼 번지는 결핵으로 병든 아야꼬의
비관하며 아이같고 충동적이고 위태로운 치기어린 모습부터


한결같은 남주 이름이 생각이 않나는군요 저질기억력이라
암튼 여주를 지나쳐간 주변남자인물들의 다양한 모습과
끝까지 그녀를 인간으로 친구로 여성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남주의 마음도 이해가 가더군요.


인물 소팅을 해보자면 나는 어느쪽에서 속하지 않더군요.
거룩한 남주(이 명칭 거슬리는데 나중에 수정해야겠음)의 모습이나
사춘기 자살을 꿈꾸는것 같은 아야꼬나 (실제 이야기속 이름도 이건 아니었음)
둘다 나같기도하고 둘다 나 같지 않은데
나는 왔다 갔다 이 둘을 다 느껴지고 공감이 되더군요.
나랑은 다른사람들인데말이죠.
그게 작가의 힘인건가요?


길은 여기에를 읽고나서 빙점을 읽으니
아야꼬가 자신의 인생에서 만났던 인물들이 빙점의 캐릭터속에
녹아있다는점을 알게되었죠.
길은여기에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에서도 그녀의 경험에서 만난 인물들을
다시 보게되는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의 정말 드라마틱한 그 실제의 이야기,
저한테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야꼬의 경우처럼 해피앤딩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비슷한 경험이었죠.


닮았던 누군가를 만났던 경험
그러나 저마다의 인생이 다른것처럼
저에게는 그정도로 그 닮았던사람 그리고 그 닮은대상이
절실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둘다 저에게는 아니었지요.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닮았다는 이유가 나쁜게 아닌것 같습니다.
그런경우는 물론 극히 드물지만요.


일안하고 처음 독후감 포스팅-_-..